면발 뽑는 아저씨
곽해룡
우리 동네 옛날 자장면 집
면발 뽑는 아저씨.
밀가루 반죽을 탕탕 치다가
한 번 포개어 늘리면 두 발
두 번 늘리면 네 발
일곱 번 늘리면 백스물여덟 발.
집에 가면
나만한 아들이 있다는 아저씨.
아들을 못 본 지
1년이 넘었다는 아저씨.
아저씨가 뽑은 면발을 길게 이으면
언젠가는
아저씨 집에까지 닿을 수 있을까?
오늘도 잠자코 면발을 늘리는,
연변에서 온 아저씨.
매미 허물
소나무 둥치에 붙은
매미 허물.
속이 텅 비었다.
등에는
찢긴 자국
저런 자국,
우리 엄마 배에도 있다.
고속전철
성난 뱀 한 마리
쉭쉭 지나간다.
머리도 흔들고
몸도 흔들고
꼬리로 흔들더니
굴 속으로
쉭 사라진다.
나올 때는
입에
커다란 들쥐 한 마리 물고 있겠다.
-푸른문학상 수상작품 중에서