낙서 -신형건 낙서 신형건 하얀 페인트로 담벼락을 새로 칠했어 큼직하게 써 놓은 '석이는 바보'를 지우고 '오줌싸개 승호' 위에도 쓱쓱 문지르고 지저분한 낙서들을 신나게, 신나게 지우다가 멈칫 멈추고 말았어 담벼락 한 귀퉁이, 그 많은 낙서들 틈에 이런 낙서가 끼여 있었거든 영이가 웃을 땐 아카시아 향내가 .. 아동문학코너/동시 2010.07.25
오줌 누다 들켰다! -신형건 오줌 누다 들켰다! 신형건 오줌이 너무 마려워서 몸을 배배 꼬다가 누가 볼까 부끄러워 휘휘 둘러보다가 아무도 없는 것 같아 슬쩍 고추를 꺼내는 순간, 조팝나무 사이에 앉아 있던 오목눈이 동그란 눈과 마주쳤다. 움찔하는 나를 쳐다보며 하얀 조팝꽃 무더기가 까르르르 웃었다. 그러건 말건 세찬 소.. 아동문학코너/동시 2010.07.25
입김 /신형건 입김 /신형건 미처 내가 그걸 왜 몰랐을까? 추운 겨울날 몸을 움츠리고 종종걸음 치다가 문득, 너랑 마주쳤을 때 반가운 말보다 먼저 네 입에서 피어나던 하얀 입김! 그래, 네 가슴은 따듯하구나. 참 따듯하구나. 아동문학코너/동시 2010.07.25
면발 뽑는 아저씨-곽해룡 면발 뽑는 아저씨 곽해룡 우리 동네 옛날 자장면 집 면발 뽑는 아저씨. 밀가루 반죽을 탕탕 치다가 한 번 포개어 늘리면 두 발 두 번 늘리면 네 발 일곱 번 늘리면 백스물여덟 발. 집에 가면 나만한 아들이 있다는 아저씨. 아들을 못 본 지 1년이 넘었다는 아저씨. 아저씨가 뽑은 면발을 길게 이으면 언젠.. 아동문학코너/동시 2010.07.25
돼지 - 곽해룡 돼지 곽해룡 고사 상에 오른 돼지가 웃고 있네? 몸뚱이는 어디에다 잃어버린 줄도 모르고 돈 봉투 물려 주니까 입이 더 벌어지네? *<오늘의 동시문학, 2010, 여름> 아동문학코너/동시 2010.07.25
거울-곽해룡 거울 -곽해룡 앞니 빠진 내 동생 입 꼭 다물고 다니다 거울한테만 살짝 아, 하고 보여 준다 아버지랑 다투고 속상할 때 어머니는 방문을 닫고 거울 앞에 앉는다 아버지 허물을 거울한테 다 일러바치는 거다 거울은 우리 가족 비밀을 다 알고 있지만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는다 그런 거울 앞에서는 아버.. 아동문학코너/동시 2010.07.25
배추벌레/김 륭 배추벌레/김 륭 배추벌레가 배춧잎을 갉아먹고 있어요 배추 뽀얀 엉덩이를 얼마나 힘들게 기어올랐는지 몰라요 수없이 미끄러지고 엉덩방아는 또 얼마나 찧었는지 온몸에 멍이 들어 푸르뎅뎅한 배추벌레에게 배춧잎은 밥이 아닐지 몰라요 미장원에 파마하러 온 동네아줌마들처럼 배추.. 아동문학코너/동시 2010.07.25